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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by 달빛나리는 2020. 9. 26.

----2004.12.20.----

 

12월 18일 자기표현, 자표인의 밤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아침부터 처부장에게 "진땡"으로 깨진 뒤...
전혀 즐겁지 않는 2차 정기휴가를 출발했습니다.
사람과의 이별은 부덤덤하다고 스스로 각인시켰지만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새들어오는 외풍을 어찌하지는 못했나봅니다.

집에오니 한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몇 분 없더군요) 인사도 하고...
2시에 염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장례절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일도 없었거니와, ...
하여,
바쁜 하루였습니다.
정말 바빴습니다.
소위 '서빙'이라 하는 일이 이토록 바쁘고 마음상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저녁께나, 너무 추워 잠시 쉰다는 핑계로 방으로 들어와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부대 전화하고, 중대장께 전화했습니다.
중대장 曰, "축제"라 했습니다.
'그건 축제'라고 역설적으로 누가 표현했다고,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럼 감상에 젖을 여유도 없었는데...
그리고 청주에 전화했습니다. 오랫만에 자표인의 밤인데...
잘들 보내셨는지...
참석하지 않은 제 동기들을 구박하려 했지만, 저도 정당성을 잃었네요...
밖은 날씨가 참 추웠습니다. 다른것보다 발가락이 몹시도 시렸습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다들 방구석 아무데나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등따시고 배부른 것' 중 어느게 우선일까... 하는 '쌩뚱'맞은 생각...
...

그리고 오늘 상여 나갔습니다.
구성진 할아버지들의 목소리와, 시린 종소리... 그리고 빨갛고 파란 종이등이 처량했지만,
그 와중에 "영원히..."어쩌고 하는 성경 구절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몹시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할아버지 묘와 합장을 하던 시간에 저는 할머니 생전 물건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장롱부터 옷가지, 등등... 불길이 참 거셌습니다. 얼굴이 확 달아오를 정도로...
...

그리고 지금... 새벽에 잠이 깨어 여기 몇자 주절거리고 있습니다.
...

목욕가야지...
...

재미있습니다.
할머니를 염할때,
제 눈에 가장 인상깊게 들어온건
할머니 생전에 쓰시던 이빨빠진 검은색 '빗'이었습니다.
흔히 도끼빗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조금 작은.
그리고, 참 많이 야위셨더군요. 얼굴은 전에 봤을 때보다 더 좋아 보이셨는데...
...

할머니 방에는 할아버지 사진에 걸려 있습니다.
그 사진이 울고 있었는지 그제부터 인상을 쓰고 계셨습니다.
같이 계시면 더 좋으실 텐데...
사진 옆 시계는 8시 몇분에 멈춰 있었습니다.
...

부모님의 어깨가 참 작아보였습니다.
어머니의 눈문을 제 눈물까지 자극했지만,
아버지의 눈물은.. 쉽사리 동조하지 못하는 '무엇'이었습니다.
......

배부른것보단 등따신게 좋을 듯 합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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