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無知)의 무지자(無知者)
---- 이관춘. 플라톤의 에로스는 에로스가 아니다. <평생학습타임즈 (lltimes.kr/?p=50908)> 中
에로스는 빈곤의 여신이 재주와 풍요의 남신을 유혹해 동침해서 낳은, 요즘 말로 사생아인 셈이다. 에로스의 잉태일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출산일이었기에 에로스는 본성적으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존재가 된다. 포로스의 아들답게 재주가 많아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용기가 충만하고 지식을 사랑하며 평생 동안 지혜를 사랑하고 추구하는 본성을 물려받았다.
다른 한편으로 빈곤의 여신인 페니아의 본성을 이어받았다. 항상 가난하고 거칠고 무언가를 구걸하면서 거리를 헤매는 특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부드럽고 아름답기는커녕 사실은 딱딱하고, 더럽고 맨발이고, 집도 없고, 언제나 거적도 없이 맨땅에서 자며, 대문 밖이나 길바닥에서 노숙하는 특성이 있다. 어머니의 본성을 타고난 그에게는 항상 결핍이 따라다니게 된다.
중간성과 결핍성, 이것이 에로스의 본성이다. 또한 에로스를 갖고 있는 모든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빈곤하면서도 부유하고, 투박하면서도 부드럽고, 더러우면서도 아름다우며, 구걸해 먹으면서도 탁월한 사냥꾼이 바로 에로스다. 지와 무지의 중간에 위치에 있기에 지혜롭지도, 그렇다고 무지하지도 않은 존재다. 그러나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자각하기에 언제나 지혜를 갈구하는 존재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에로스를 본성으로 하는 인간이 평생 동안 지식을 추구하고 지혜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학습자로서 인간은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무언가에 결핍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그래서 부족함을 채우고 극복하기를 욕망한다. 욕망이 충족될 때 인간은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평생 학습 활동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는 논리를 플라톤의 에로스는 제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라톤이 강조하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지한 자들은 지혜를 사랑하지 않고 지혜로운 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무지의 문제점은 아름답지도 훌륭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자가 그러한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