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과묵

달빛나리는 2020. 10. 18. 16:08

과묵(寡默) [과ː묵]

「명사」

말이 적고 침착함.

 -그의 과묵은 일종의 허세거나 다른 데서 보고 들은 것의 흉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문열,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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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말이 많아졌을까. 아니, 가벼워졌을까. 하면, 스무 살을 기억한다.

그전에 나는 꽤 과묵한 아이였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내 말 없는 것에 기인한 어떤 별명을 붙여주시기도 했으니. (뭐였지?) 화이트홀 장을 할 때는 조금 부담이긴 했다.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자기표현 장을 할 때는 말을 해야 했다. 부담을 고려하는 데 있어 과정과 결과 중 무얼 우선하는가 하는 차이만큼 꽤 버거워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쥐뿔 모르는 한낱 천둥벌거숭이였으니까. 말이 곧 존재감이었고, 존재가 곧 필요가 되었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말이 많아졌고, 말을 많이 하기 위해 과장하고, 왜곡하고, 반복했다. 자각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습관처럼 눌어붙었고, 싫어졌다. 그즈음에 '전에도 얘기했는데...'라는 군말이 맴돌았고, 저 문장 자체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말이 너무 가벼워져 말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도 문득 튀어나오는 그 습관에, 싫어졌다.

침묵으로 말하고 싶다. 글처럼 말하고 싶다. 그러니 글을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