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백석 평전
30년간 백석을 짝사랑해온 시인 안도현이 완성한우리시대 최고의 평전! 백석의 첫 시집 『사슴』은 1936년 1월 20일, 100부 한정판으로 출간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백석은 “한 권의 시집을 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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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러기들은 여럿이 떼를 지어 날았지만 백석은 혼자였다. 그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略-
그날 밤, 쭈글쭈글한 주름의 늙은 어머니가 서른네 살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오마니한테 어찌 이케 늦게 완?"
백석의 손등 위로 어머니의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백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 음식에는 가족이라는 공동운명체의 기질과 취향과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위일 뿐이다. 하지만 함께 밥을 먹었던 기억은 가족을 단단히 결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식의 공유는 기억의 공유로 곧잘 이어진다.
[7%] 소월은 고향 관서지방에서 널리 불리던 서도민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자신이 쓰는 시의 창작원리로 삼았다. 그리하여 민요풍의 4.4조와 일본에서 수입된 7.5조의 운율을 시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백석은 의도적으로 그러한 리듬을 거부했다. 소월이 시의 '노래'로서의 기능에 심취했다면 백석은 묘사를 통한 '이야기'의 효과에 더 끌렸던 것이다.
[22%] "나는 앞으로 세상에서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다 난이라고 부를 걸세."
[32%] 백석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도망을 가면 안 된다는 듯이 꼭 껴안았다.
[36%] "기차는 이제껏 아니 오고, 당신은 혼자 종종걸음으로 달아나고, 바람은 쌩쌩, 달을 휘영청 밝은데 발은 시리고...... 그러니 오늘 밤으로 즉시 돌아오면 이천리가 득이잖아? 그래서 되짚어온 거야!"
[38%]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38%] 눈으로 인해 삶의 고달픔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 눈 때문에 환하게 빛나는 효과를 충분히 얻어냈다.
[42%] 전전긍긍하며 살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 최선을 다하다가도 '이곳'이 싫으면 '저곳'으로 가면 된다는 생각이 백석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그 습성을 방락벽이라고 못 박아 말할 수는 없다.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는 자의로 '이곳 너머'를 늘 꿈꾸는 사람이었다.
[51%] '문장'의 선수選手가 어찌 ≪문장≫을 위해 활약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실상은 원고와 가치 이 글월을 쓰리라 생각하다가 글월까지 늦었습니다. 게으른 형兄의 웃음과 말슴이 잦지 않으시니 이렇게 늦을밖에 없습니다.
[52%] 놉은 시름이 잇고 놉흔 슬픔이 있는 혼은 복된 것이 아니겟습니까. 진실로 인생을 사랑하고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어떠케 슬프고 시름차지 아니하겟습니까? 시인은 슬픈 사람입니다.
[56%]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72%] 동화에 있어서 시정이라 함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감동적 태도이며 철학의 일반화라 함은 곧 심각한 사상의 집약을 말하는 것이다. -略- 이런 특질들은 곧 과장과 환상의 두 요소로 요약된다.
[76%] 순수성은 언어의 생명이다.
[79%]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91%]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생을 마친 백석에 대해 우리는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