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놈은,
나란 놈은, 누구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란 놈은, 그리 호되게 겪은 뒤에도 별수 없는 건가.
나란 놈은, 미루고 미루고 아직도 미루고.
나란 놈은, 왜 이리도 곡해된 방어기제로 살아가나. 하루살이도 아니면서.
차라리 상처투성이라면 더럽진 않을 텐데.
그래서 새로 난 생채기가 늘 새로울 터인데.
태생이 유리구슬만치 순수하지도 않았으면서
때가 껴 오히려 검게 반짝임에 야릇한 만족을 요하는 이 충동은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게 아쉬워하는 것도, 나란 놈의...
오늘 조금 오래 운전했다.
운전하며 오래된 자소서 문장을 떠올렸다.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마시던 얘기를 차마 날것으로 쓸 수 없어서 자판기 커피에 고민을 녹인다고 했었나. 정말 종이컵에 담긴 커피처럼 참 자극적인 표현이었구나 싶다. 달고, 쓰고, 위에 쩍 달라붙는. 이 시절은 얼마가 지나면 백석의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이 되고, 시인과 촌장의 내 안의 너무 많은 나가 될까. 언제쯤 서술이 아닌 기록이 될까. 나의 일부에 빈자리가 생기고, 거기에 누구를 들이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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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글쓰기 창을 열며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녔는데, 아마 제목을 먼저 저리 붙여서일까, 내용이 영 딴 곳으로 샜다. 근 일 년간 머릿속을 헤집어대던 글감이 얼추 하나의 덩어리로 모인 것 같아 글로 쓰려 했다. 쓰다 보면 좀 정리되기도 할 것 같아서(추측형 맺음을 싫어하지만 뭐 별수 있나). 한 덩어리는 시야와 시선, 눈높이, 서는 곳, 뭐 이런 거고, 다른 덩이는 집과 잠, 꿈, 창 뭐 이런 꿍꿍이와 관련된 무엇이었다. 그것들을 드디어 풀어내나 했건만. 이건 정말 조금만 조금만 더 미루련다. 나란 놈은, 늘 이 모냥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