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2010.12.21.----
자표인의 밤 후기가 되려던 글이 어정쩡한 타이밍으로 대상이 바뀐 넋두리가 될 듯 합니다.
나오려는 말이 홍수가 되어 갈무리되지 않네요.
제게 지난 한 해는 지난 십년(이라고 해 두죠)과는 다른 시간이었습니다.
뭐랄까.
한참 전 독서토론 시간에 "당신이 지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점을 선택하겠습니까?"
전 이런 대답을 했었죠.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나와 내 사람들을 잃는다면 언제가 됐든 돌아가지 않겠다"
지금은 이런 대답을 합니다. "그 때 그 결심을 할 때로, 영화 '나비효과'보다 진지하게"
절 많이 아시는 자표인인라면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여러번.
한참 전, 신입생 환영회였어요. 학교 뒷산 이어도 너머 공원 비슷한 공터에서 "앞으로의 포부는?"
전 이런 대답을 했었죠. "자표가 제 기대치에 맞는 모임이라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은 이런 대답을 합니다. "남은 게 그거 뿐이예요. 네, 그걸 들어낼 수는 있을까요"
자표인의 밤에 다녀오면 영혼이 씻기는 기분입니다. '지금,현재!'라는 명제 앞에서 달갑진 않습니다. 너무 시리고 추워요.
그래서.
올 해 자표인의 밤은 많이 망설였습니다. 어쩌면 처음입니다. 작년까진 고민조차 없었으니까요.
후배의 전화 한 통이 무관심인지 무신경인지. 선배의 관심이 권리인지 의무인지, 내 이질감이 책임인지 월권인지.
무엇을 바라지 않아서였나 봅니다, 이렇게 공허한 이유가. 물음표을 갖고 갔으니 물음표를 얻을 수 밖에요.
흐리멍텅한 유리창은 창 밖 풍경을 보여 줄 수 없죠. 제 거울에는 여러분이 비치지 않아요.
쓴 술잔이 되어 애증을 토해 받고 싶었어요. 욕심.
네, 욕심이요. 올 해는 비가 덜 왔더라면, 올 겨울은 좀 따뜻하길 바라는 욕심.
쉽지 않더라구요. 영혼이 씻겼거든요. 내 더러움만 쏟아내고 온 기분입니다.
안심했던 것.
자기표현은 늘 거기서 굴러가고 있었다는 것.
다람쥐 쳇바퀴를 굴렸을지 자전거 페달을 밟았을지 제 거울엔 보이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자밤은 이제 헐떡임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는 자리니까요.
열심히 하였으니 그게 무엇이 되었든 기특합니다.
의미 부여는 다음 세대의 퍼즐 조각들이 하겠죠. 제 몫은 아닙니다.
타이머가 울립니다.
너 말발, 글발이 고작 이 정도였냐고 꾸짖네요.
옛날 실력 다 죽었다고, 그런데 이게 정말 네가 하려던 말이였냐고...그럽니다.
제 몫은 비타500이였는데... 박카스라도 되었나요?
내년엔...링거 영양 주사라도 놓아 드릴게요.
그냥 그 모습으로 기다려 주세요.
뱀다리 :
뒤늦게 기억난 세나와, 이젠 기억할 수 있는 보영이 소영이 아람이. 의외로 약한 모습 원호랑, 장민이, 예지
경훈이는 이제 구박의 객체에서 주체가 되겠지.
19기 회장 재택이부터 기억안나는 후배들까지. 다들 고생했어.
(내가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새벽까지 살아남은 분들만 우선 기억함)
새벽까지 잔소리 들어준 차기 학회장한테 누가 미안했다고 좀 전해주길.
그리고, 미혜누나 No.1 !!!
다리 둘 :
소영이는 왜 회원정보에 없지? 이름이 틀렸나? 내 머릿속에 지우개인가? 내 옆사람이 잘못 알려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