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학교갔다 (에필로그)
----2007.5.26.----
교육실습기간이 끝났다.
한 달. 짧았다.
임용고사는 저~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선생님께 폐만 끼치고, 아이들에게 몹쓸 짓만 하다 왔다.
짧은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고, 주말 지나 학교 가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집안 청소를 하며, '남는게 무언가'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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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에 못가서 실습 대~충하고 오겠단 생각은 하루만에 접었다.
기어이 우리 반 녀석들 이름은 못 외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겨야 할 녀석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배려가 정말 감사하다.
교생 주제에 반 분위기를 잔뜩 헤집어놓도록 해 주셨다.
스승의 날엔 운동장에서 꽃을 받는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다.
내 건방진 결심과 다심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보다 더 큰 가르침을 얻고 왔다.
매 주 한 번은 밤샘에, 서너시간씩 잤고,
대학의 죽은 지식을 학교의 산 지식으로 만드려 했다.
여기 저기 다른 교생의 SOS에 응하며, 나 역시 부족함을 느꼈다.
아직 멀었구나.
2학년 남자반만 다섯을 맡았지만, 처음의 아쉬움이
그만큼의 기쁨으로 되돌아왔다. 기특한 녀석들.
나름의 눈빛과 나름의 아쉬움. 나름의 부족함.
잊고 있던 내 중학시절을 떠올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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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글로는 알 수 없는 교생의 경험.
선배들에게 동기들에게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부딪혀 몸으로 느끼는 경험은 또 달랐다.
걱정은 희망으로, 기대는 후회로 남았다.
선생님께,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교사의 길이 맞다는 설렘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의지.
얘들아,
나중에 나 다 갚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