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ody
----2006.10.29.----
parody
내가 '자기표현' 이곳에서 많이 고민한 단어 중 하나...
물려주고 싶었다.
국어교육학사전에 실린 해설... 그나마 내 생각과 가장 근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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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러 디 parody (국어교육학사전)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기법 등을 흉내내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하거나 변형하는 방법. 즉, 조롱하거나 우습게 만들려는 의도로 하나의 작품을 재편집(再編集)하고 재구성(再構成)하고 전도(顚倒) 시키는 방법이 패러디이다. 그러므로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모방이되 원작과는 차이를 지닌 모방으로서, 원작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재기능화하는 방법인 것이다.
한때 패러디가 창조적(創造的) 재능(才能)rjl 생명력(生命力) 있는 독창성(獨創性)에 대한 대항 교양 없는 적이라 하여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주체에 대한 위기 의식이 팽배하고 패러디가 자기 반영의 중요한 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경구도 있듯이 역사상의 모든 작춤은 직․간접적으로 전대 작품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가 중세 로망스를 패러디한 것이나, 제임스 조이스(J. Joyce)의 「율리시스」가 「오디세이」의 서술 체계와 문체적 규범을 모방한 것이라는 점을 볼 때, 패러디는 문학적 관습 속에서 형성된 본질적인 속성인 것이다.
패러디는 비평적 아이러니의 거리를 가진 모방으로서, 전대나 혹은 당대의 지배적인 신념 체게에 내포된 허위 의식이나 억압적 측면들을 폭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깊이 개입되어 있다. 그러므로 패러디에는 풍자(諷刺)와 위트, 아리어니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들 기법들에 의해 당대의 지배적인 담론 체계들은 희화적으로 흉내내어져 조롱되거나 우스꽝스럽게 재현된다. 패러디의 범주는 매우 광범위하여 전체 장르나 한 시대의 조류, 특정 작가나 개별 작품 혹은 작품의 일부분에 관한 패러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대체로 패러디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는 트래비스티(travesty)롸 벌레스크(burlesque)가 있다. 트래비스티는 ‘의상을 바꾸는 것’을 뜻하는 ‘transverstite’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것을 고귀한 성품을 가진 고전적 인물을 범속한 장면에 놓고, 그것에 알맞은 말투를 써서 품위를 떨어뜨리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지적인 웃음보다는 우스꽝스런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벌레스크는 그 어원이 ‘burla’ 곧 ‘조소(嘲笑)’에서 유래한다. 이것은 원작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면에 강하다. 그런데 벌레스크와 패러디가 다른 점은 패러디가 원작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강하게 지닌 편이라면 벌레스크는 단지 원작을 그 시대에 합치된 유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 이것은 잘 알려진 형식에 새로운 내용을 담는 경우가 된다. 이에 비해 패러디는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parodia(a song sung beside)’에 두고 있다. 이것은 원작의 사상과 스타일에 주의를 집중시킨다. 요컨대 흉내내기란 측면에서 볼 때 모든 작품은 일종의 모방이며, 따라서 패러디는 문학적 관습 속에서 형성된 문학 자체의 본질적 속성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성립된다.
패러디는 모더니즘의 중요한 장치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서로 모순되고 상충되는 인간 경험을 결합시켜 그 심층의 의미를 드러내려는 의도 때문이다. 반면, 포스트모더니즘의 패러디에는 모더니즘에서 보이는 비판성과 풍자적 특성이 없다. 제임슨(F. Jameson)에 의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의 패러디는 “패러디가 가진 궁극적 동기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고, 풍자적인 충동이 잘려 나가 버렸고, 웃음이 결여되어 있으며, 비정상적 언어 활동 속에도 아직 어떤 건강하고 정상적인 언어 형태가 남아 있다고 하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패러디를 모더니즘의 그것과 구별해 ‘패스티시’라고 비판적으로 명명한다. 패스티시(혼성 모방)는 이탈리아어 ‘패스티치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질적인 것들이 유기적(有機的)인 동기(動機)나 목적 없이 잡다하게 혼합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암시적인 패러디에 비해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부터 내용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놓는 ‘표절(剽竊)’이 명시적으로 행해지거나, 예술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닌, 저속한 대중 표상 예술이라고 불리는 ‘키치’ 등도 패러디가 파생한 현대의 다양항 양상이라 할 수 있다.
패러디를 풍자, 패스티시, 키치, 표절 등과 엄격히 구분하자면, 풍자는 사회적․도덕적 개량에 그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패러디와 구별된다. 또한 패러디와 패스티시는 전대 작품의 모방의 형식이지만 패스티시는 전대 작품과의 차이보다는 유사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평적 거리를 가지는 패러디와 구별된다. 키치는 미숙하고 서투른 모방의 형식이며, 표절은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원작의 내용이나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요컨대 풍자와 위트, 아이러니를 유발하는 패러디는 전대의 혹은 당대의 지배적인 신념 체계 속에 함의된 억압, 허위 의식 등을 폭로하려는 예술가의 비판적 태도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그것이 모방하고 있는 텍스트나 담론 속에 내포된 관습들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산물로서 패러디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교육에서 패러디는 일단 문학에 대한 탈(脫) 신비화와 함께 친근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 준다. 특히 이는 상호 텍스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 텍스트 능력(texual power)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패러디는 일상의 언어에서도 흔히 발견된다는 점에서 국어 교육 일반에 확장하여 응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