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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25

꽃을 보면 눈물이 나는 이유 꽃을 보며 눈물이 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아름다움에 압도당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우리가 꽃을 통해 인간 존재의 숭고함을, 삶의 찬란한 연약함을 직면하기 때문입니다. 꽃은 인간 찬가의 정수를 고요히 품고 있습니다.인간은 허약한 존재입니다. 바람에 흔들리고, 시간에 지고, 사랑에 울고, 상실에 무너집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하고, 꿈꾸고, 다시 일어섭니다.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어둠을 뚫고 흙을 밀어내며 세상 위로 솟아오를 때, 그것은 생명이라는 기적이자 저항입니다. 꽃은 침묵 속의 용기입니다.그래서 꽃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피어난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찬란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꽃이 우리보다 먼저 깨닫고 보여주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 2025. 4. 7.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2021. 10. 8.
봄이 왔다 ---- 이영도. 「봄이 왔다」 中 봄이 왔다 (1) – 문학광장 문장 글틴 봄이 왔다. 타자 이영도 1. 택배가 왔습니다. "너 봄 좋아하냐?" 충격적인 대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는 콧등의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상황을 살폈다. 안주인지 그 역한 냄새로 파리를 쫓아 teen.munjang.or.kr 봄이 왔다 (2) – 문학광장 문장 글틴 2. 봄을 심었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공단 지구의 침묵이 콧등을 때렸다. 기계 소음, 불 켜놓은 사무실, 밤새워 달려왔거나 달려갈 트럭들의 으르릉거림 같은 것은 없었다. 하다못해 졸린 표정의 teen.munjang.or.kr 2021. 9. 4.
판타지와 비인간들 ---- 이영도. 「대산문화」 2003.겨울호. 기획특집 中 1. 컴퓨터 게임은 예술인가. 영화, 사진, 만화 등이 제 7, 제 8, 제 9의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에 합류한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제 10의 예술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만 타자(붓을 쥐는 筆者가 아닌, 키보드 두드리는 打者)는 조심스럽게 컴퓨터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무리가 많은 예측입니다. 컴퓨터 게임은 그 정수가 놀이에 있지 예술에 있지 않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와 예술 사이의 장벽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을 끝냈을 때는 예술적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법.. 2021. 8. 31.
빗소리만 듣지 ---- 윤태호 「어린」 中 빗소리만 듣지 포장된, 파는 김은 안 먹는다며 자부심 가득하게 내어놓은 구운 김 넉넉하게 잘라 크게 먹을 수 있는 그 김에 밥을 얹고 참기름 띄운 간장을 살짝 쳐서 한입 가득하게 먹었어 그래도 사랑이 뭔지 모르겠으면 내 친구네 집으로 와. 저녁 먹고 가. 운이 좋으면 빗소리도 들을 수 있을 거야. 그럼 그냥 빗소리를 들어. 그냥 빗소리만 들어.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쓰지도 마. 그건 이름 붙이지 마. 그냥 아는 거야. 나처럼 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럴 바엔 빗소리나 들어 내 친구네 집으로 와. 그리고 빗소리를 들어. 그냥 빗소리만 들어. 내 친구네 집으로 와. 그리고 빗소리를 들어. 그냥 빗소리만 들어. 어린 (물고기 비늘) 68화 우연한 성공으로 극도의 압박감에 계약을 위.. 2021. 7. 24.
나의 혼, 나의 문학 강연록 – 최명희문학관 www.jjhee.com 나의 혼, 나의 문학 -최명희 이 글은 魂불의 작가 최명희 씨가 1995년 10월 31일 스토니 브룩 뉴욕주립대학교 한국학과 초청으로 대학에서 강연한 것과 스토니 브룩 한국학회와 미주지역 문인협회가 공동주관하여 뉴욕에서 강연한 내용을 자신이 정리한 것입니다. (뉴욕대 한국학과 고급한국어 교재이기도 합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오로지 소설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제가 대한민국 문단에 공식적으로 등단한 것은 1980년 1월 1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쓰러지는 빛'이 당선하면서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저의 생애를 꿰뚫고 저의 덜미를 잡은 소설에 붙들린 것은 그 이듬해 1981년 5월 28일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2000만원 고료 장편소.. 2021.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