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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56

뭐라고 졸업이니 2022. 1. 29.
낙엽소리, 빗소리 주말 연구실, 열린 창밖으로 넘어오는, 낙엽이 바람에 휘감기는 소리가 꼭 빗소리 같다. 이 비가 그치면 얼마쯤 나아가고 있을까 2021. 11. 7.
파스텔, 수채, 아크릴. 요즘 느끼는 낯선 감각이 있는데, 연구실 걸어가다 손등이 옷섶을 스치면 시원함이 팔뚝을 타고 오른다. 기분 좋은 향기처럼 스쳐 가는 청량함이 썩 즐겁다. 정문의 긴 가로수도, 잔디광장 위로 흐르는 구름도, 낮게 나는 비행기도, 연두빛으로 갈라지는 햇살도 그러하다. 논문, 논문, 그러며 올여름은 지워진 계절일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기대하지 않은 방향에서 치고 들어왔다. 7월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논산에 다녀왔다. 분석이 맞는진 아직 모르겠지만, 덕분에 지난주엔 긴 데이터를 뽑을 수 있었다. 가는 길이 한 시간 반 거리인데, 아직도 난 운전 초심자라 정면 주시만으로도 피곤하다. 세종 외곽을 지나는데 사이드미러에 비친 하늘이 너무도 예뻤던 거였다. 왼쪽으로 흘깃 보인 지평선 너머 구름이 그렇게도 예뻤다.. 2021. 8. 9.
(꿈) 夢中夢 너무 졸려 이러면 안되겠다 세수하며 잠 깨야지! 그런데 물이 차지 않고 뜨뜻하여 몹시도 기분이 나쁘네! 하는, 꿈을 꾸며 꿈에서 깨어났다. 세상에 마상에 자다가 졸리니 깨어나도 졸리더라... 사실 그저께 꿈이지만 오늘에서야 기록한다. 한 시간쯤 전에 드디어 프로그램 개요 및 교사용 매뉴얼 초안이 그럭저럭 만들어져 지도교수님께 메일로 보내고, 빌린 책 마감이라 도서관 가는 길이 너무 멀기도 하고, 또 내 등록금이 보도블록으로 대체되는 광경에 스트레스가 쌓이다, 그럼에도 이 날씨를 그대로 받아내며 일하시는 분들 생각하니 마냥 눈을 뜰 수도 없는 뙤약볕이라, 애써 외면하고 출입구를 들어서는데 체온은 37도를 넘어 경보음이 울리고, 저기서 달려오는 근로생이 또 묘하게 부럽기도 했는데, 반납하고 같은 책 다시 빌.. 2021. 7. 12.
proposal 지난주에 논문계획서 발표가 있었다. 그보단 날이 하필 스승의 날이라 교수님 두 분의 안녕에 더 신경이 쓰였다. 이럴 거 차라리 대면이었더라면. 내 논문은 뭐가 미진한지 절절히 알고 있었기에 박사님들께 모질게 까였어도 그러려니 괘념치 않았다. 디펜스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Zoom 내에 다른 감정선이 흘렀고, 그건 7명의 발표가 지나갈수록 점점 날카로워졌다. 예사롭지 않은 흐름에 주말이 지나 지도교수가 바뀌었고, 오랜만에 감정이 격양되었다. 그래도 예상치 못했다 뿐이지 이 또한 주기적인 파도인지라 그냥저냥 받아들이다 보니, 꽤 앙금이 남을 줄만 알았는데 한 주 사이 썩 희미해졌다. 빛바랬달지 희석된달지 풍화도 아니고 퇴화된 건지. 흔들림에 적응하는 부평초 나름의 방식이라기엔, 내 감정선은 저기 .. 2021. 5. 23.
푸름이 돋다 그새 비가 왔다고, 수다스러운 봄꽃이 진 자리에 푸름이 돋았다. 꽃이 예쁘다. 예쁨이 언어보다 먼저 가슴에 닿는다. 따스하게 피어난다. 찬란하다. 청춘靑春이다. 부러움에 앞서 그리움을 배운다. 말의 잔치다. 2021.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