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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촌놈

by 달빛나리는 2020. 9. 28.

----2008.3.23.----

 

 

창 밖은 그랬다.
강물은 이미 산보다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물결에 잘게 부서지는 햇살이 겨우내 얼었던 땅과 닮아 있었다.
곱게 갈아 놓은 밭이 그러했다.
차 안에서 흙냄새가 났다. 풀내음이 숨어 있었다.
흙내음은 피부로 맡고, 풀냄새는 눈으로 느끼는 것이리.
문득 냉이가 들어간 된장찌개 생각이 났다.
문득, 삶을 화폭의 풍경에 가둔 내가 초라해졌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물비린내가 확 올라왔다.
물은 더 맑아졌고 나는 더 비렸다.

삶은 그랬다.
무색무취.
종일 땅을 헤집어봤자 아무 냄새도 없었다.
흙도, 물도, 나무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갓난애는 정말 '응애, 응애'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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