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함을 깨우는 차가운 첫 심호흡이 있어야지. 새벽 냉기가 뺨을 타고 흐르지만, 정신은 여명이 밝아야 돌아오더라. 챙길 거라고 별로 없어. 수험표. 컴싸. 같은 펜 두 개. 볼펜엔 깨나 민감하지만 뭐, 그거도 하한선만 통과한다면 괘념치 않으니까. 방석 대용 무릎담요도 필요해. 없으면 학생용 책상이 너무 불편하고 추워. 그리고 관찰하지. 무심하게. 저땐 나도 저리 어렸을까 하고. 낯설고 두려워 예민했을까 하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하고 종료령이 울리면, 팔이 묵직하게 저려 와. 요즘엔 그나마 3시간 통짜가 아니라 다행이지 뭐야. 평소보다 적게 마신 커피로 머리가 아려올 즈음 퇴실 시간이야. 감독관의 수고 인사를 흘려들으며 내 이름이 박힌 책상 수험표를 기념으로 떼 와. 혹, 간식으로 싸 갔던 초코바가 남으면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 서랍에 넣어 둬. 축시(時)법을 부린달까. 정신 차려보면 어느 순간 집에 돌아와 있어. 확실히 고사장 가는 길부터가 시험 시작인 게야. 엄습하는 허기에 보상이라도 하듯 조금 사치를 부린 식사를 해. 그래도 맛은 느껴지지 않더라. 노곤함과 피로에 잠깐 눈을 붙이고 한밤중에 다시 일어나서 인터넷에 접속해. 그리곤 거짓말 같은 무료함에 지쳐 때늦은 감기 기운을 덮고 잠을 청하지. 오늘도 보람찼다고 속이며.
늘 수능 보름 후에 임용이었는데, 올해는 순서가 바뀌었다. 경험상 두세 지문이 겹쳤던 것 같다.
그러니 올해는 돗자리를 펴 볼까? 메인 소스에서 작년 수능 올해 모평을 빼면 뭐가 남을까?
화작: 협상, 영상언어
문법: 동화(조음위치-방법), 접미파생
고전: 판소리, 영웅서사, 훈민가(사미-속미와 세트)
현대: 시적 형상화, 상징적 소재(소설 수업할 때 그렸던 사과), 그리고 이육사-윤동주
...쓰다 보니 10개네. 적중률 계산하기 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