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낯선 감각이 있는데, 연구실 걸어가다 손등이 옷섶을 스치면 시원함이 팔뚝을 타고 오른다. 기분 좋은 향기처럼 스쳐 가는 청량함이 썩 즐겁다. 정문의 긴 가로수도, 잔디광장 위로 흐르는 구름도, 낮게 나는 비행기도, 연두빛으로 갈라지는 햇살도 그러하다. 논문, 논문, 그러며 올여름은 지워진 계절일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나 기대하지 않은 방향에서 치고 들어왔다.
7월엔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논산에 다녀왔다. 분석이 맞는진 아직 모르겠지만, 덕분에 지난주엔 긴 데이터를 뽑을 수 있었다. 가는 길이 한 시간 반 거리인데, 아직도 난 운전 초심자라 정면 주시만으로도 피곤하다. 세종 외곽을 지나는데 사이드미러에 비친 하늘이 너무도 예뻤던 거였다. 왼쪽으로 흘깃 보인 지평선 너머 구름이 그렇게도 예뻤다. 몹시도 무더웠지만, 약속 시간에 여유가 없었지만, 내내 어디 샛길에 차 세워두고 한참을 보아 두고 싶었다. 이다지도 여름스러운 하늘을 언제 보았던가 싶다.
파스텔로 그린 듯 바라보는 것만으로 평화로워지는 하늘이 있다. 수채화처럼 손을 뻗으면 파랗게 묻어날 것만 같다. 손가락과 하늘의 경계를 따라 초점을 맞추다 보면, 시간마저 우뚝 멈춰 선 듯하다. 인상파의 유채가 격정을 몰고 온다면, 올해 여름 하늘은 아크릴로 그렸나 보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나 산뜻한 동화 같은 뭉게구름이라니. 마치 지브리의 스틸컷처럼 추억에 잠기게 한다. 들리지 않게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흐른다. 그 멜로디는 왜인지 하울보다는 귀를 기울이면에 가깝고, 센과 키키 사이에 있다. 나우시카나 원령공주는 여기선 조금 무겁고.
음악은 그 시절의 기억과 함께 재생된다고 하는데, 풍경도 비슷한 면이 있다. 연구실 밖 매미 울음이 시원한 것도 지금 내 부담에서 한 꺼풀 벗어나서인지, 꼬맹이 시절 여름과 맥이 닿아서인지, 그저 미세먼지 없는 하늘이 이뻤기 때문인지... 해 떨어졌으니 집에 가자. 긴 7월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