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56 산책이 취미가 되는, 어제보다 날이 좋아, 오늘 더욱 눈부신, 2021. 3. 30. 눈-너비 작년 봄 즈음의 일이다. 청주로 거처를 옮기고 봄 어느 때 대청댐에 갈 일이 있었다. 자동차 배터리가 걱정되었기에 드라이브나 겸하잔 생각이었다. 대학 시절에 하이킹 코스였던 까닭에 낯설기도 하도 반갑기도 하고 그랬다. 폭이 넓어진 도로가 그랬고, 중간 지점 쉬어 가던 고가도로가 그대로라 그랬다. 공군사관학교 앞에선 동창 녀석도 떠오르고, 그를 좋아하던 동기도 떠오르고 그랬나. 문의마을 진입로 갈림길에 있던, 무얼 파는진 잊어버린 허름한 가게도 떠오르고 관광단지 아래 솜사탕과 번데기 노점의 왁자지껄한 모양새도 들린다. (요즘 부쩍 의성어와 의태어, 과거형과 현재형의 경계가 흐릿하다.) 십 년도 더 전에 버스 정류장으로만 스쳐 갔던 상당산성을 산성마을 주차장까지만 다녀오기도 했다. 산행하기엔 평일 오전인데도.. 2021. 2. 17. 집과 잠 며칠 추웠다. 후드를 눌러쓰고 집 문을 열면 그제야 마스크에서 올라온 습기에 앞머리에 이슬이 맺혔음을 깨닫고 이젠 안경 안 쓰지 하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월초 한파에 수도관이 터졌다. 그래서 온수도 끊겼다. 세탁기는 얼어 봤어도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다. 가난엔 이자가 붙는다는 문장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랬다가 또 며칠 날이 풀리니 마치 겨울이 다 지나간 듯 또 마음도 풀린다. 지난 학기는 연구실로 출퇴근인지 등하교인지 모를 뭔가를 했다. 무엇보다 학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논문이란 과제를 가슴팍 돌덩이마냥 늘 한 켠에 달고서 연구는 인적 네트워크란 말을 실감하며 그리 몇 달을 살았다. 8월 즈음부터 왼쪽 어깨가 참 아팠는데, 여태 낫지 않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뒤척임의 이유이리라. 떠올리.. 2021. 1. 28. 나란 놈은, 나란 놈은, 누구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나란 놈은, 그리 호되게 겪은 뒤에도 별수 없는 건가.나란 놈은, 미루고 미루고 아직도 미루고.나란 놈은, 왜 이리도 곡해된 방어기제로 살아가나. 하루살이도 아니면서.차라리 상처투성이라면 더럽진 않을 텐데.그래서 새로 난 생채기가 늘 새로울 터인데.태생이 유리구슬만치 순수하지도 않았으면서때가 껴 오히려 검게 반짝임에 야릇한 만족을 요하는 이 충동은 무엇인가.어울리지 않게 아쉬워하는 것도, 나란 놈의... 오늘 조금 오래 운전했다.운전하며 오래된 자소서 문장을 떠올렸다.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를 마시던 얘기를 차마 날것으로 쓸 수 없어서 자판기 커피에 고민을 녹인다고 했었나. 정말 종이컵에 담긴 커피처럼 참 자극적인 표현이었구나 싶다. 달고, 쓰고, 위에 쩍 달라붙는.. 2021. 1. 15. 종강이다 술회(述懷) [술회/술훼] 술회-하다 「명사」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을 말함. 또는 그런 말. -그의 술회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장모로부터 비로소 이와 같은 술회를 듣고 난 사위는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김정한, 수라도≫ .... 야.호. 종.강.이.다. 두루마리 휴지를 풀다 두어 바퀴 남은 걸 예상하고 피치를 올리는데, 그만 똑! 끝나버린 느낌? 머리 자를 때가 많이 지났다. 확 길러서 묶고 다닐까 보다. 2020. 12. 4. 일상적 시험 몽롱함을 깨우는 차가운 첫 심호흡이 있어야지. 새벽 냉기가 뺨을 타고 흐르지만, 정신은 여명이 밝아야 돌아오더라. 챙길 거라고 별로 없어. 수험표. 컴싸. 같은 펜 두 개. 볼펜엔 깨나 민감하지만 뭐, 그거도 하한선만 통과한다면 괘념치 않으니까. 방석 대용 무릎담요도 필요해. 없으면 학생용 책상이 너무 불편하고 추워. 그리고 관찰하지. 무심하게. 저땐 나도 저리 어렸을까 하고. 낯설고 두려워 예민했을까 하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하고 종료령이 울리면, 팔이 묵직하게 저려 와. 요즘엔 그나마 3시간 통짜가 아니라 다행이지 뭐야. 평소보다 적게 마신 커피로 머리가 아려올 즈음 퇴실 시간이야. 감독관의 수고 인사를 흘려들으며 내 이름이 박힌 책상 수험표를 기념으로 떼 와. 혹, 간식으로.. 2020. 11. 21. 이전 1 2 3 4 5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