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7.----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기억의 단편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모두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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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동. 그 계곡에서.
-자기표현 10기 이충구
첫 모꼬지였습니다. 아직 그게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고, 부끄럽지만 지금도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먹을 것을 잔뜩 가지고 힘들게 출발했습니다. 고속 버스에서 참실 하이킹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좁은 봉고차 안에 구겨 들어가 있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도착한 화양동. 깨끗함이 너무 좋았고 시원함이 너무 좋은 그런 장소였습니다. 가게 비슷한 민박집(?) 대신 저흰 숙소 앞의 하얀 바위와 투명한 물에 지친 몸을 씻었습니다. 내일을 위해 조금만 참자며 곁에서 지나다니는 물고기만 빤히 쳐다보았는데, 못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물 대신 저 위의 무슨 흉가를 닮은 문화재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야 말았으니. 첫날은 이렇게 밤으로 이어졌습니다.
백일장이 있었습니다. 시 쓰기에는 좋은 곳이었죠. 그곳은……. 주제가 ‘情’ 이었던가요? 그릇깨기의 시작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저와 경훈이는 시보다 저 쪽, 물고기떼에 더 관심이 있었죠. 밥그릇과 냄비로 어떻게든 잡아보겠다고……. 역시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 속에 들어가야 하더군요. 마지막에 온통 젖고야 말았지만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매운탕의 꿈은 없던 셈 치기로 하고. 오후의 물놀이를 위해 조금 일찍 빠져도 되었을 것을. 물 속에서 텀벙거리며, 널찍한 바위 위에서 몸을 말리며 그렇게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희 새내기 장기자랑을 고비도 또다시 새벽으로 이어졌습니다.
화양동에서는 이랬습니다. 그러나 빼 놓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죠. 갑작스런 야간 산행과-물안개만 없었더라면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뽕’ 전수. 명혜의 허우적거림-안경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지금도 놀라울 따름-. 하늘색 철골 다리-지금 이름은 잊었지만 까만색 희귀한 물고기가 우리의 관심 대상이었던-. 버너가 말을 안 듣는 덕에 그거 고치겠다고 씨름하던 일. 돌아오는 길에 짐 하나를 두고와서 그것 가지러 되돌아왔던 일-뜀박질에는 자신 있었는지 힘든 기억보다 주위 사람들이 ‘재 뭐야?’ 하는 눈초리만 기억나는-. 무엇보다 두 번의 밤. 졸음과 싸우며, 술잔 앞에 두고, 말과 웃음 안에서 그만큼 또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번 되풀이되는 상황에 조금 더 무엇을 아쉬워 하지만.
그때 찍었던 사진을 가끔 돌아봅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더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아는 것 없이 마냥 좋았던. 그때만 해도 참 많았습니다.
성미야. 은미야. 명혜야. 진희야. 경진아. 그리고 경훈아. 우린 자표인이다.
자표인이다.